‘긴급 차량 우선 신호 서비스’에 재난안전통신망 사용하니… “세금 아끼고 서비스도 확대”

김태희 기자
안양시 지능형교통체계 구상도. 안양시 제공

안양시 지능형교통체계 구상도. 안양시 제공

지난 6월 경기 안양시청에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안양 만안구의 한 주택에 사는 A씨(70대)의 호출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A씨는 지급된 고령자 스마트 안심 단말기의 비상 버튼을 누르고 “불이 났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안양시는 곧바로 119에 구호 요청을 하고 ‘긴급 차량 우선 신호 서비스’를 활용해 소방차가 교차로 신호등에서 목적지까지 곧바로 주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소방차는 정지 신호에 걸리지 않은 덕분에 골든타임을 지켜 현장에 도착했고 큰 부상자 없이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안양시는 이처럼 교차로의 교통 신호를 제어해 구급차 등의 출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긴급 차량 우선 신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군포, 과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쓰고 있지만, 안양시에는 다른 점이 있다. 타 지자체는 ‘유료 민간 통신망’을 사용하지만, 안양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료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한다.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과 소방, 자치단체 등 재난 관련 업무를 하는 333개 공공기관의 무선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4세대 무선통신기술(PS-LTE)을 기반으로 했다. 사업비는 1조원 가량이 투입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소방과 해경 등 관련 기관들이 주파수가 서로 다른 통신망을 쓰면서 연락이 제대로 안 돼 신속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비슷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재난 상황이 아닌 평상시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안양시는 재난안전통신망에 부하가 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긴급차량 우선 출동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했고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실시 중이다.

안양시는 긴급 차량 우선 신호 서비스 구축을 위해 교차로 신호등 인근에 있는 신호제어기마다 통신모뎀을 설치해 교통신호를 임의로 바꿀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를 들면 심정지 환자 이송을 위한 구급차 출동시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상에 있는 모든 신호등을 녹색등으로 바꾸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 통신망을 이용해 통신모뎀을 조종하는 경우 통상 모뎀 1개당 월 1만5000~2만5000원의 통신비가 발생한다. 안양시는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하면서 연간 1억4000만원 가량의 예산을 절약하고 있다. 안양시는 재난안전통신망을 쓰면서 시민들이 낸 세금도 아끼고, 유지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안양시는 시내에 있는 모든 교차로(400여개)에 긴급 차량 우선 신호 서비스를 적용했는데, 예산이 부족한 기초지자체에서 안양시처럼 시내 모든 구간에 적용한 경우는 흔치 않다. 안양시는 재난안전통신망 이용 활성화를 위한 다른 정책적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IoT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도 재난안전통신망을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윤정호 안양시 첨단교통과 주무관은 “재난안전통신망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낸 적극 행정의 사례”라면서 “안양시의 시범 사업을 통해 재난안전통신망의 다양한 활용 방법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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