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직원들이 경남 창원 발전기공장에서 원격제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경남 창원 발전기공장에서 원격제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굴뚝산업의 대명사’인 국내 최대 발전설비업체 두산중공업에서 4차 산업혁명 실험이 한창이다. 발전소 곳곳에 사물인터넷(IoT)을 설치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장을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 대부분 공정을 담당하는 로봇을 도입한 데 이어 자체 개발에도 나섰다. 이른바 ‘디지털 팩토리’ 사업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에는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인 제너럴일렉트릭(GE)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사진)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팩토리와 통합설계 환경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생산성 제고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관리로 ‘쉬지 않는 발전소’

두산중공업 "2020년엔 '선두 GE' 따라잡겠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소 원격관리 서비스(RMS)를 통해 8곳의 발전소를 원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4곳(당진 하남 영월 영주)과 해외 4곳(체코)이다. 원격 관리로 발전소의 부품 결함이나 노후화, 고장에 따른 가동 중단 사고를 사전에 막아 상당한 경비를 절감했다.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 5호기는 RMS 도입 후 21억원의 경비를 절감한 것으로 두산중공업은 자체 분석했다. 올해 말까지 국내 9곳, 해외 7곳 등 16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발전소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각종 정비나 부품 교체를 위해 1년에 10~20일 정도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발전소 가동을 하루 쉴 경우 2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 RMS가 적용된 발전소는 ‘쉬지 않는 발전소’가 됐다. 발전소 내 온도, 압력, 유량 등 5만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고장이 날 만한 징후를 사전에 알려주면 가동을 멈추지 않고도 정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의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이 과거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부품 교체나 수리가 필요한 시점도 예측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천재지변을 제외한 다른 이유로 RMS가 적용된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된 적은 없다”며 “2020년까지 두산중공업이 지은 모든 발전소에 RMS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해수담수 분야에도 IoT 접목

두산중공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해수담수화 기술에도 IoT와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됐다. 두산중공업은 바닷물을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수온, 수질, 염도 등을 실시간 빅데이터로 분석해 화학물질 배합과 필터 역할을 하는 멤브레인 교체 주기 등을 산출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분야는 GE와 지멘스, MHPS(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 등 글로벌 경쟁사도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ICT와 융합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각종 로봇을 도입해 생산공정도 자동화하고 있다. 특히 방사능 영향 때문에 사람이 직접 작업하기 위험한 원자력 발전소 설비 내에서 이물질을 찾아내고 이를 제거하는 로봇을 자체 개발했다. 지난해 9대의 로봇을 도입한 두산중공업은 1000억원가량을 들여 2020년까지 45개의 로봇 및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