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휠로더 L120(오른쪽)이 무인 자율주행 트럭 A25에 석재를 싣고 있다. 안대규 기자
무인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휠로더 L120(오른쪽)이 무인 자율주행 트럭 A25에 석재를 싣고 있다. 안대규 기자
굴삭기, 휠로더,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산업에도 사물인터넷(IoT), 전기배터리,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는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적인 건설기계 제조업체인 볼보건설기계는 지난 9~14일 스웨덴 에스킬스투나 고객센터에서 열린 기업·언론인 초청 포럼을 통해 기존 건설기계산업의 근본을 뒤바꿀 혁신적인 미래 기술을 공개했다. IoT를 응용한 자동충돌방지 기술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고, 디젤이나 휘발유 대신 전기로 구동해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마틴 바이스버그 볼보건설기계 회장은 “볼보그룹 내에서 굴삭기, 트럭, 선박엔진 등 50만대 장비를 모두 IoT로 연결하는 작업을 마쳤다”며 “2018년에는 전기로 구동되는 건설기계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방지 기술 선보여

볼보건설기계는 이번 포럼에서 길이 6m짜리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량 세 대가 차간 간격이 거의 없이 한 줄로 늘어서서 고속으로 달리는 실험을 선보였다. 화물차량 세 대가 차간 간격이 거의 없이 달리는데도 급정지나 급회전 시 부딪히지 않았다. 세 대가 한 대의 열차처럼 움직인 것은 IoT 기술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화물차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거나 핸들을 좌우로 돌리면 두 번째 트럭과 세 번째 트럭의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볼보는 IoT 기술을 건설기계산업의 고질적인 산업재해 피해를 막는 데 활용하기로 했다. ‘자동충돌방지장치’를 통해서다. 이 기술을 장착한 굴삭기는 주행 중 어린이가 도로변에 갑자기 나타나거나 가로수가 쓰러져도 자동으로 멈추거나 피할 수 있다. 볼보 관계자는 “굴삭기에 설치한 카메라, 레이더, 레이저, 초음파 등 센서를 통해 사람인지 고양이인지, 차량인지를 식별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건설기계업계에선 그동안 산업재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한국은 근로자가 굴삭기, 트럭, 크레인, 지게차 등 장비를 사용하는 도중 부딪히거나 깔리거나 추락하는 등의 사고로 지난 7년간(2009~2015년) 63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운전자에서 관리자로

볼보는 이번 포럼에서 굴절식 덤프트럭 ‘A25’와 휠로더 ‘L120’, 무인 로드캐리어 ‘HX1’ 등이 한 시간가량 골재를 실어나르며 험지를 이동하는 장면을 야외 행사장에서 연출했다. 이들은 운전자나 원격 조종자 없이 채석장에서 스스로 골재를 채취하고 이를 옮겨 다시 싣는 과정에서 부딪히지 않았다. 이번 포럼에 처음 공개된 1t 트럭 크기인 ‘HX1’은 전기로 구동돼 물건을 싣고 내릴 때 물질이 접촉하는 소리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볼보건설기계 관계자는 “작업량을 비교해보면 자율주행하는 굴절식 덤프트럭과 휠로더는 숙련된 운전자 생산량의 70%에 맞먹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지위가 단순 운전자에서 3~4대의 건설기계를 관리하는 역할로 격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스버그 회장은 “무인 자율주행 장비의 경우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을 밝힐 순 없지만 안전성을 위한 테스트 단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킬스투나(스웨덴)=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