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에너지 공기업, 디지털 변환·디지털 혁신 가속

#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공기업들도 에너지 분야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한전은 사장이 주도해 '디지털 변환' 조직을 설립하고 전력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 고도화를 위해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고 있다. 주요 발전공기업도 정부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라 발전산업에 디지털 기술 접목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한국전력 디지털변환 프로세스
한국전력 디지털변환 프로세스

◇한전, 디지털 변환 중기 전략 수립…전력 빅데이터 활용 사업모델 개발

한국전력은 전사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잇따라 조직을 만들었다. 2018년 7월 디지털변환처를, 지난해 4월에는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를 개소했다. 지난해 10월 전사 차원으로 디지털 변환 중기전략을 수립했다. 한전이 '에너지플랫폼 공급자'로 도약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도약을 위해 운영비용과 설비투자비용을 절감해 효율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한전의 디지털 혁신은 하이닉스반도체와 지멘스를 거친 김종갑 사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해석하는 'Digital Transformation'을 '디지털 변환'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Digital Transformation'은 기존 산업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산업에 ICT가 접목하는 과정에 있다는 의미다. 전력산업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첨단기술과 융합해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김 사장이 취임한 2018년 4월 이후 디지털변환처와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를 잇따라 설립한 것도 이 일환이다.

한전은 디지털 변환을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 인프라(Environmen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자산관리(Core-business Transformation) △디지털 업무지능화(Workplace Transformation) △디지털 비즈모델(Biz-model Transformation) 분야로 나눠 대응하고 있다.

우선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새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연계하기 위해 조직·시스템 인프라를 만들었다. 데이터 플랫폼을 고도화하기 위해 기존 261종 시스템 중 78종을 연계해 전사 데이터를 통합했고, 소프트웨어(SW) 개발 인프라를 제공한다. 전사 데이터 표준품질관리를 시행하는 등 데이터 관리에도 집중한다. 디지털 전문 내부인력을 양성하고, ICT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만들었다.

디지털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핵심 업무를 디지털로 변환하고 있다. 전력설비 자산관리시스템(AMS)을 도입해 운영비용을 약 2000억원 절감했다. 또 배전설비 자동검출·상태진단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전력설비 객체인식 알고리즘과 초음파 신호시각화 기술도 고도화했다. 이외 설비고장 예측모델과 안전도 평가모델도 개발했다.

디지털 업무지능화를 위해 AI와 모바일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현장업무에 모바일을 활용을 확대했다. 이 일환으로 배전·송변전·영업 분야 현장 '원스톱' 업무처리 모바일 솔루션을 개발했다. 또 AI를 활용한 업무 지능화를 위해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기상·판매통계 등 주요 정보를 시각화했다. 환율·전력수급·판매 등 주요 정보는 AI 기반 예측데이터를 제공한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활용해 단순·반복 업무는 간소화했다.

전력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융한합 비즈니스 협업 수익모델도 창출했다. 전력그룹사와 함께 디지털 발전소를 공동 개발하고, 사외 데이터 융합솔루션을 개발한다. 전기 품질관리, 전력 데이터 마켓, 수요 관리, 요금 컨설팅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전기차 충전시간 추천 등 신사업 연계 부가 서비스도 발굴할 예정이다.

한전은 조직 설립 이후 디지털 변환에 대한 성과도 내고 있다. 사내외 데이터 통합과 디지털 자원 공유를 위해 지난해 1월 공기업 최초로 'KEPCO 데이터 통합플랫폼'을 구축했다. 전력데이터 신서비스 개발 경진대회를 매년 개최해 창의적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발굴한다. 에너지 소비자와 중소·스타트업 사업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에너지마켓(EN:TER)'과 특고압 고객 수전설비 관리를 위한 '파워체크 모바일 서비스'도 개발했다.

한수원 발전운영종합센터(E-Tower)
한수원 발전운영종합센터(E-Tower)

◇한수원,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으로 원전 안전성 제고

한수원은 원전 운영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과감하게 접목하고 있다. 설비 신뢰와 원전 안전성을 높이고, 종사자 안전 보호에도 적극 나선다.

한수원은 '에너지 4.0 글로벌 리더 디지털 KHNP(Energy 4.0 Global Leader, Digital KHNP)'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원전운영 안전성, 효율성, 업무 프로세스 혁신, 디지털 신사업을 통한 지속 성장을 목표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다. AI와 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KHNP 로드맵'도 만들었다.

한수원은 지난 1월 '원전 운영 고도화를 위한 디지털트윈 기술 시범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원전 디지털트윈 인프라 기반 확보를 목표로 신고리 3·4호기에 빅데이터 플랫폼을 시범 구축하고 주요 설비별 감시·진단 및 열 성능 시뮬레이션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트윈은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3D모델,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동적시뮬레이션 기술 등을 적용해 가상 디지털 발전소를 구축하고 원격지에서 발전소를 감시하고 진단, 정비, 제어까지 시행한다.

한수원은 새해 8월까지 디지털트윈 시범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시작으로 분야별 세부 아키텍처 설계, 3D형상 모델, 2차 열성능 감시·진단·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설비 예측진단·조기경보 프로그램과 연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 원전 설계·진단·정비·운전·해체 등에 이르는 전주기 디지털 트윈을 확대 개발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발전운영종합센터(E-Tower)'도 구축했다. 센터에는 원전 운전 베테랑으로 구성된 감시팀이 24시간 근무하면서 발전소 상태를 실시간으로 원격 감시한다. 한수원이 개발한 AI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은 주요 설비 온도, 압력 등 운전변수에 대해 정상 운전 시 운전 패턴을 사전에 학습한다. 이 상태에서 발전소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운전변수 값과 학습을 바탕으로 한 AI 예측값을 1초 단위로 비교해 데이터간 패턴 편차가 커질 때 경보로 알리는 방식이다.

한수원은 AI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전정지 5건을 예방했고, 설비 이상징후 129건을 사전 감지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 수준 원자력 전문가로 구성된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점검단이 실시한 전사안전점검(CPR)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수원은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원거리 설비를 24시간 감시하고 진단할 수 있는 설비 자동예측진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자동예측진단시스템은 발전소별로 분산 관리하는 설비 감시·진단·정비 데이터를 통합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기반으로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기술을 적용, 핵심 설비를 24시간 진단·분석해 설비의 미세한 이상 징후까지 감지해 고장을 예방한다. 한수원은 딥러닝, 무선센서 등과 같은 신기술을 적용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진단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예측진단시스템은 인력과 비용을 최소화하며 실시간 감시는 물론 빅데이터 통합 비교진단까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진단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한수원은 2018년 1단계 기술개발에서 시범 선정된 300대 설비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설비 예측진단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전 원전 핵심설비 1만4000대에 자동예측진단 기술을 확대 적용했다.

◇발전공기업도 잇따라 디지털 전환 확대…효율 높이고, 중복 제거해야

발전공기업도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고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각 기관마다 디지털 전환 정책을 공개했다. 기존 진행해왔던 디지털 전환 계획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투자 규모를 구체화했다.

동서발전은 지난 8월 '동서발전형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발전산업 디지털화와 '디지택트(디지털+콘택트)' 기반 인프라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 뉴딜을 계획 한 축으로 설정했다. 디지털 뉴딜 분과에서 빅데이터, AI, IoT, 로봇, 드론 등 11개 4차 산업 기술을 적용한다. 총 147건 과제를 추진해 4차 산업기술 기반 디지털 발전소를 구현하고 디지택트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남동발전은 지난 3월 '디지털전략처'를 신설하고, 발전·안전·신재생에너지·경영 등 업무영역 역량을 결집할 '디지털로 잇(IT)는 전사 공동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는 △누구나 쉽게 운전 가능한 미래발전소 △디지털이 지켜주는 안전하고 깨끗한 일터 △언제, 어디서나 지원되는 스마트워크 등 3대 추진목표를 정했다. 지난 8월에는 'KOEN 뉴딜'을 제시했다. 디지털 뉴딜 분야에선 4차 산업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대면 인프라 구축 △스마트·지능형 발전 △발전·건설공정 품질관리 등을 추진한다.

남부발전은 지난달 'KOSPO 뉴딜 전략 추진위원회'를 열었고, △그린뉴딜 △사람·안전 분과와 함께 디지털 혁신 및 인프라를 구축하는 '디지털 뉴딜' 시행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중부발전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한국판 뉴딜 부응기구를 만들고, 'KOMIPO 뉴딜 종합 추진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업무 방식으로 전환을 위한 비(非)대면 인프라 구축이 계획의 핵심이다. 서부발전은 지난 8월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뉴딜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디지털 뉴딜 핵심인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를 중점과제로 선정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함께 '데이터 공유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발전공기업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것이 의미 있지만 중복 투자를 막아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전공기업 한 관계자는 “각 발전공기업마다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었고, 한국판 뉴딜로 인해 투자 규모도 커졌다”면서 “발전공기업별로 중복 투자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역할 분담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