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제조 혁신의 핵심인 스마트공장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독일 일본 미국 등 제조업 강국들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다른 국가 및 기업의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정해지면 지금까지 개발하거나 사용해온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빨리 움직인 건 독일이다.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2011년 11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전략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채택했다. 고성능 산업기계와 물류, 생산설비에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접목해 최적화된 제조·생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골자다. 독일은 2025년까지 ‘통일된 기술 표준’을 통해 자국 내 제조업 전체를 거대 단일 가상공장으로 연결하고 세계 시장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유비쿼터스 맞춤형 생산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도 표준 전쟁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이어지는 공장’이라는 명칭으로 스마트공장을 정의한다. 제품 기획부터 설계, 유통, 판매 등 전 제조과정이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제조 생태계를 의미한다. 일본은 지난해 일본 기계학회를 중심으로 후지쓰, 히타치, 덴소, 미쓰비시 등이 참여하는 ‘산업용 가치사슬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제조업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인터넷 우위를 활용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포괄할 수 있는 산업 인터넷 운용체제(OS)를 구축해 세계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과 독일이 개발하는 각각의 기술 표준을 포괄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GE와 AT&T, 시스코, IBM, 인텔 등을 중심으로 2014년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을 설립했다. 이 컨소시엄엔 2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 산업인터넷 OS인 ‘프레딕스’를 지난해 내놓았으며 고도화작업을 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