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 작은 종목이 뜬다④-끝] "사물인터넷, IT부품·스마트홈株 뜨겁다"
사물인터넷(IoT)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소형주 시장을 주도할 테마로 주목받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사물인터넷 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과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들을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기술이다. 전자기기들은 사람 없이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관련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국내 증시에선 삼성전자가 2013년 11월 사물인터넷 전담팀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테마가 형성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미국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사인 '스마트 싱스'를 인수했다. 구글과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도 사물인터넷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정부도 사물인터넷산업 육성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5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사물인터넷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2013년 2조3000억원 규모의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을 2020년까지 3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수혜주로 오디텍 블루콤 등 IT부품 업체와 유진로봇 경동나비엔 등 스마트홈 관련 업체를 꼽았다. 보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스원 이글루시큐리트 등에도 주목했다.

◆ "센서·통신모듈 등 하드웨어가 먼저 성장"

전문가들은 올해 사물인터넷 수혜는 IT부품주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초입 단계인 만큼 하드웨어 시장이 먼저 성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오디텍은 사물인터넷 기기의 핵심인 센서를 만든다. 센서는 사물인터넷 기기가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데 필수인 부품이다. 오디텍은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다품종 센서와 IC칩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공장 가동률은 50%에 불과해, 시장 성장에 따른 설비 확장 필요성도 낮다.

장우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물인터넷 기기들에는 다양한 센서들이 최소 1개 이상 탑재돼야 한다"며 "사물인터넷 시장이 발달할수록 센서의 수요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사물인터넷 센서시장 규모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루투스 지그비 등 근거리 무선통신기술 구현에 필요한 IT부품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통신모듈에 경쟁력을 가진 블루콤에 주목했다.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유명한 블루콤은 사물인터넷 시대에 대비해 지그비 모듈과 스마트 전구를 개발해 LG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스마트전구는 블루투스 모듈을 탑재해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한 전구다. 아직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지속적인 매출 증가가 전망된다. 경쟁업체보다 먼저 기술 개발에 성공해 신제품 출시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장 연구원은 "유무선 인터넷망은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져 새롭게 수혜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센서와 통신 모듈 등 사물들을 연결시키는 네트워크 인프라는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똑똑해지는 가전제품들…스마트홈 관련주가 뜬다

사물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스마트홈(Smart Home)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홈은 집안의 다양한 가전제품과 IT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로 최근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업체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안주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높은 삶의 질 추구, 고령화 인구의 증가, 에너지 문제 등으로 스마트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도 다양화될 것"이라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관련 기업들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진로봇은 스마트홈 기기인 생활가전용 로봇에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주력 제품은 로봇청소기와 유비쿼터스 홈 로봇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매출의 70%가 로봇청소기에서 발생했다.

로봇 청소기 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에 불과해 미래 성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로봇청소기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유럽에서도 현재까지 보급률은 7~8%에 그친다. 향후 사물인터넷 적용이 본격화될 경우 보안 등으로 기능을 넓힐 수 있어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국내 가스보일러 1위 업체인 경동나비엔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 홈시장에서도 높은 지배력이 예상된다. 최근 콘덴싱 기술과 IT기술을 결합해 업계 최초로 원격제어가 가능한 '나비엔 콘덴싱 스마트 톡'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보일러를 조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난방과 온수 기능에 전기까지 생산 가능한 자가발전 보일러인 '나비엔 하이브리젠SE'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는 경동나비엔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홈네트워크 시스템 전문 기업인 코콤과 코맥스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코콤의 주력제품인 '월패드'는 음성으로 가정의 조명·가전제품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기기다. 국내 최초의 도어폰을 개발한 코맥스는 올해 출시될 50종 이상의 신제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보안문제 부각…'융합보안' 강한 기업에 주목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보안업체들도 사물인터넷 수혜주로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해킹 및 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융합보안 기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융합보안은 인력·기기 등을 이용한 물리적 보안과 PC·네트워크를 지키는 정보보안이 결합된 보안산업이다. CCTV를 통한 출입자 정보와 IP주소 및 인터넷 사용현황 등을 함께 분석해 시너지를 높이는 사례가 해당된다.

정부도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융합보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시장 육성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수립한 '사물인터넷 정보보호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까지 사물인터넷 보안에 15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융합보안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 성장하며 보안산업 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융합보안 서비스를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에스원과 이글루시큐리티를 주목하고 있다. 에스원은 기존의 물리적 보안시장 내 지배력에 자회사의 네트워크 보안 기술을 더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5월엔 3D를 활용한 입체 통합 출입관리시스템인 '에스원 ES'를 개발했다.

통합보안관리(ESM) 1위 업체인 이글루시큐리티도 앞서 융합보안사업 분야로 눈을 돌려 2009년 융복합보안관제 솔루션인 라이거원을 출시한 바 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