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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T가 농산물을 키우고 파는 산골마을
평창 계촌마을에 가보니…
SK텔레콤 -세종혁신센터 ‘창조마을’
‘로컬푸드 무인판매대’ 2월 문열어
산나물·야채·국수 손님 맞을 채비
실시간 마을날씨·논밭 토질 상태 등
주민 스마트폰에 알토란 정보 전송



[평창(강원도)=최정호 기자] 1월 초 찾아간 강원도 평창 계촌마을은 분주했다. 한 낮 기온 영하 6도의 추위가 엄습한 강원도 산자락 평범한 마을의 농한기 풍경과는 달랐다. 마을 회관에는 양 손에 이런저런 전자장비와 컴퓨터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는 2월 문 열 ‘로컬푸드 무인판매대’의 마지막 점검에 여념 없었다.

계촌마을은 SK텔레콤과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가 조성한 전국 3곳의 ICT융합 ‘창조마을’ 중 하나다. 연 5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강원도 평창의 숨은 관광 휴양 명소이자 해발 700m 고지 밭에서는 각종 산나물과 배추, 감자 등 농산물이 봄부터 가을까지 풍성하게 나오는 보물 창고다. 각종 산나물과 고냉지 채소, 그리고 평지에서 기른 것보다 단단하고 육즙도 가득한 고냉지 사과는 이 마을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이 고장 채소와 먹거리를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일괄적으로 대규모 매입해, 나눠 판매하는 농협 유통의 특성상, 계촌마을의 하나로마트에서는 전국 각지의 농산물이 섞여 팔린다.

그래서 시골 국도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판장도 만들어봤다. 하지만 농사일로 한참 바쁜 여름에 사람이 상주해 물건을 판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였다. 그러다보니 찾아왔던 손님도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온라인 직판도 쉽지 않다. 판매 조합을 만들어 마을 브랜드를 붙이고 온라인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홍보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2월부터 계촌마을의 이런 모습은 ‘옛날 이야기’가 된다. 국내 최초로 문을 여는 ‘로컬푸드 무인판매대’가 있기 때문이다. 잘 건조시켜 예쁜 박스에 담은 이 마을 산나물과, 감자와 매밀로 만든 국수는 전자 결제 시스템이 부착된 ‘미유박스’에 담겨 곳 찾아 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과나 감자 같은 신선 과일과 채소를 위한 무인판매장치도 마련했다. 대도시 지하철 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냉장 음료 자판기를 활용, 개별 포장된 과일과 채소를 담았다. 또 매장 한 쪽에는 선물용 택배 주문이 가능한 별도 결제 단말기도 준비했다.

무인판매대 옆 마을회관에서는 실시간으로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 부족한 물품은 즉시즉시 채워넣고, 또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채소와 과일도 적정량을 보관, 항상 신선한 상태로 판매한다. 마을 주민들은 관리 부담을 최소화 하면서 매출은 올리고, 소비자는 신선 채소와 과일을 다양한 결제 수단으로 구매할 수 있는 ‘1석2조’ 시스템이다.

ICT의 힘은 계촌마을의 농작물 생산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SK텔레콤이 마을 통신주 위에 설치한 센서는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비와 바람, 기온 정보를 전달한다. 주민들은 이를 보고 비닐하우스문을 열고 닫고, 건조를 위해 마당에 널어둔 나물을 거둬드리기도 한다. 또 땅 속에 있는 센서는 논밭의 온도와 습도, 그리고 토질 상태를 측정, 균일한 품질의 무공해 농산물 생산을 돕는다. 또 농가마다 마련된 농작물 보관 창고에도 CCTV와 다양한 항온, 항습 센서를 설치,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도난 방지와 최상의 농작물 관리까지 가능토록 했다.

군 단위 또는 동이나 리 단위로 시간별로 나오던 기존 기상 정보와, 우리 마을에서 다양한 센서로 측정한 기상 정보의 활용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게 마을 주민들의 공통된 말이다. 특히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계촌마을 같은 지형에서는, 마을 내에서도 바람 방향이나 기상 상황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수집되고 또 1분 단위로 알려주는 기상 정보는 농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SK텔레콤과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계촌마을 등에서 시범 운영 중인 ICT 창조마을 모델을 국내 전국 농어촌은 물론, 국제 기구와 협력해 해외에도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모자른 일손으로 더 좋은, 특화된 농산물을 길러, 가공하고, 판매까지 해야하는 우리 농촌 현실에서 계촌마을의 사례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못지않게, 농어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함께해야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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